너굴너굴의 보드게임 리뷰

발매년도 : 2018년

게임 타입 : 추리게임, 블러핑

플레이 타임 : 45분

플레이 인원 : 2-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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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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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가장 기대하던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보물섬이었습니다. 화려한 맵. 실제로 사용해도 좋을법한 구성물. 보드 위에 직접 마킹하며 범위를 좁혀나가는 추리. 해적들간의 얽히고 섥힌 관계. 듣기만 해도 정말 짜릿하고 기대감이 차오르는 작품이었죠.

게임을 해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리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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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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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들은 롱 존 실버(이하 존실버)가 섬 어딘가에 숨겨둔 보물을 찾기 위해 경쟁하게 됩니다. 매 라운드마다 존실버가 액션을 취한 뒤 각 해적들이 이동 / 수색 / 특수능력 등을 활용하여 섬를 수색하며 롱 존실버를 포함한 누군가가 보물을 손에 넣게 되면(위치에 도달하여 수색하게 되면) 그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하게 됩니다.

롱존실버는 게임이 시작되면 자신이 가진 미니맵에 보물의 위치를 표기합니다. 그리고 다른 해적들에게 지도 카드를 한장씩 나누어 주어 어느 지역에 보물이 없는지 시작 힌트를 하나씩 주죠.

인원에 따라 다르지만 게임은 약 17일(17라운드) 정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 라운드마다 존실버가 해당 날짜의 액션 (힌트사용 / 힌트토큰 획득 / 힌트카드 교체 등)을 하고 나면 해적들이 순서대로 액션을 취합니다.

존실버는 손에 든 3장의 힌트 중 한장을 공개하며 해당 힌트를 모두에게 읽어줍니다. 보물에 가장 가까운 사람 / 가장 먼 사람 / 가장 가깝게 지나간 사람 등 여러가지 힌트가 존재하죠. 그리고 빨간색 인장토큰을 올려놓는데, 이 토큰으로 해당 힌트가 진실인지 혹은 거짓말일 수 있는지 마킹을 해둡니다. 거짓말 토큰은 특정 날짜가 되었을 때 획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진실이며 아주 가끔씩 거짓말이 섞여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차례 때 해당 날짜가 주는 액션 수(1~2개)만큼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장거리 이동 / 단거리 이동 및 수색 / 광범위 수색 / 캐릭터 특수 능력 사용 / 인장 토큰 뒤집어 보기 등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지요. 이동이나 수색시 게임이 제공하는 다양한 도구를 통해 보드 위에 이동경로/수색범위를 펜으로 표기합니다.

플레이어가 수색을 마쳤을 때 존실버는 결과를 알려 줄 수 있으며 때론 힌트 토큰을 해당 플레이어에게 제공함으로써 더 좋은 힌트카드를 쓸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일부 힌트카드는 플레이어들에게 힌트 토큰을 사용할 것을 강요하거든요.

만약 플레이어가 보물의 위치를 찾아낸다면 해당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보물이 발견 판정은 플레이어들에게 유리합니다. 조금이라도 수색 범위에 닿았다고 여겨진다면 찾은 것으로 인정하거든요. 정말 허탕치고 있는게 아니라면 살짝 걸치는 것만으로도 게임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존실버는 4일째 되는 날 플레이어들에 의해 보드 위에 존재하는 감옥 중 하나에 강제로 갇히게 되는데 마지막 날짜가 되도록 플레이어들이 보물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존실버는 감옥을 탈출하여 플레이어들과 함께 액션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존실버가 보물에 먼저 도달한다면 존실버가 게임에서 승리하게 되지요.

겉핥기로 설명하였기 때문에 기타 액션 / 힌트들은 생략 되었습니다만 게임의 흐름은 대략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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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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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많습니다. 바로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1. 아호이-! 보물 찾으러 가세!

숨겨진 보물를 찾는 테마의 게임은 시중에 꽤 많습니다. 유물을 찾아 세계를 떠돌아 다니는 테베스. 밀림을 돌아다니며 사원을 발견(건설?)하고 보물을 발굴하는 티칼. 넓은 보드 위에서 지역을 특정 지은 뒤 공헌도에 따라 보물 발견 점수를 나눠 먹는 토바고가 떠오르네요.

그런데 시중에 풀린 보물찾기 장르의 게임들은 왕도형 보물찾기 게임이라고 부르기엔 조금씩 아쉬운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들 ‘보물찾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테마적/시스템적으로 거리감이 있거든요. 테베스는 위치를 찾아 헤메기 보단 주머니에서 무작위 뽑기를 통해 유물을 찾고. 티칼은 여기저기 널린 보물을 보너스 느낌으로 주워가기 때문에 게임의 핵심이라 보긴 어렵죠. 토바고가 그나마 정통파 보물찾기에 근접하지만 플레이어들이 함께 보물의 위치를 의도적으로 조절해가는 점이 너무나 어색하기 때문에 미묘한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물섬은 보기 드물 정도로 보물찾기의 왕도를 따르고 있는 게임입니다. 악당이 숨긴 전설적인 보물. 그리고 자그마한 실마리를 근거로 보물을 수색하는 주인공. 정보부족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감옥을 탈출하는 악당. 점점 좁혀져가는 수색 범위. 보물의 위치에 동시에 도착한 주인공과 악당. 소설에서나 볼법한 구성을 보드게임 보물섬은 정확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콤파스, 나침반, 자를 충분히 활용하여 탐색의 범위를 좁혀가는 과정, 내가 가진 정보를 다른 해적들과 공유하며 발품을 파는 과정, 때로는 일부러 거짓말을 흘려넣으며 교란 작전을 펴는 과정, 설마했던 곳에서 발견되는 보물 등 ‘보물찾기’ 하면 생각나는 요소들은 이 게임안에 전부 들어있어요. 특히 마커를 이용하여 커다란 보드 위에 내가 지나온 곳과 내가 수색한 곳을 슥슥 지워나가는 과정은 마치 손에 들고 있는 지도에 표시를 하는 느낌까지 들죠.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보물찾기과 딱 들어맞다보니 테마의 몰입도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대표적인 보물찾기 게임?’ 한다면 저는 무조건 보물섬을 먼저 떠올릴거 같아요. 그 정도로 강렬하고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2. 일대다 & 다대다

게임은 생각보다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론 다수의 해적들이 존실버를 상대로 보물을 빼앗으려는 일대다 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적끼리 완벽한 협력을 이루고 있진 않아요. 거짓말과 진실을 넘나들며 보물의 위치를 흘리는 존실버를 공공의 적으로 두고 있지만, 승자는 한명 뿐이다보니 서로를 견제하며 먼저 보물을 찾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Free for all. 난장판. 개싸움 구도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생각보다 맵이 넓기 때문에 다른 해적들과의 대화를 단절한 채 홀로 돌아다니면 생각보다 많은 범위를 커버해야 해서 금방 지칩니다. 이렇다보니 반드시라고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해적들끼리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다른 해적들이 정보를 공유하는걸 보면 슬그머니 끼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다들 꿍꿍이가 어떻든 간에 백지장도 맞들면 나은 법. 내가 가진 정보로는 진실을 알 수 없지만 다른 해적들은 알고 있는데다, 서로의 대화를 통해 존실버의 힌트가 진짜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경우가 있어 도움이 꽤 됩니다. 이렇게 진실과 거짓을 통해 서로가 의지하면서 동시에 의심하는 애매한 관계 때문에, 게임 내내 때론 친구였다가 때론 적이 되는 꽤나 재밌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렇다고 하여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민과 블러핑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심리전 게임이 아니예요. 적당히 흘리고 적당히 걸러들으며 보물을 찾기만 하면 되니까 꿋꿋히 자기 할일만 열심히 해도 괜찮습니다. 그런 점에서 초보들이 부담감을 덜 느끼는 장점도 있겠네요.

여담이지만 저는 능글맞게 거짓과 진실을 절반씩 섞어서 팀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길 즐겨합니다. 물론 게임이 끝나면 신용도는 개판이 되지만요. 애초에 보물을 차지하는데 신용. 상도덕. 예의가 어딨나요. 하핫.

3. 직관적인 게임 진행

(사진은 프로토타입 입니다. 실제 콤포넌트는 압도적으로 뛰어난 내구성과 품질을 자랑합니다)

게임은 굉장히 직관적이고 간단합니다. 라운드에 따라 존실버가 특정 행동(힌트 주기, 힌트 토큰 획득하기, 힌트 교체하기 등)을 하고나면 플레이어들이 순서대로 행동을 1~2회 반복하는게 전부예요. 진행에 대한 모든 흐름은 존실버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게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크린을 이용하여 이것 저것 체크하는게 많은 게임치곤 대부분의 정보가 보드 위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초보들이 대놓고 질문하기 편한 점도 굉장히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능력있는 진행자 한명만 있다면 게임은 매우 수월하게 흘러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초보자들도 능숙한 마스터와 함께 라운드 1~2번만 돌아보면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내가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나는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어떤 점에서 더 능력이 뛰어난지 단번에 이해 할 수 있어요. 그만큼 게임에 군더더기가 적어 초보자들에게 들이밀기 쉬운 게임입니다.

자… 이제 문제가 되는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1. 추리인가 삽질인가.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게임에서는 ‘능동적으로 수색을 한다’는 느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능동적으로 수색을 하다보면 점점 범위가 좁혀지고, 점점 더 몰입하며, 그렇게 찾던 물건을 찾아냈을 때의 희열감은 남다르지요. 그래요. 이런 느낌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보물섬을 즐기고 나서 받은 느낌은 사뭇 달랐습니다. 직접 여기저기 마킹하며 돌아다니는 게임이라 들어 굉장히 능동적일거라 기대했거만 보드 위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건 불확실한 정보 속에서 여기저기 콕콕 찔러만 보는 수동적인 저였습니다.

보물섬 내에서 주어지는 모든 힌트는 존실버가 의도적으로 뿌리는 힌트카드에서 나옵니다. 하물며 일부는 거짓이죠. 드문 드문 나오는 신뢰할 수 없는 애매한 힌트를 가지고 여기저기 들쑤시며 수색을 해야하는데, 한참 수색을 하고 다니다보면 내가 능동적으로 추리를 한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합니다. 그냥 적당히 맞을 것 같은 곳을 찍어보고 ‘여기 맞아?’를 반복할 뿐이죠. ** 17라운드 내내요. **

물론 보물섬 내에서 주어지는 또 다른 힌트가 있습니다. 해적들끼리 주고 받는 사담이죠. 내가 받은 힌트는 무엇이다~ 존실버가 준 힌트는 이거다~ 여러가지 뜬소문과 진실이 테이블 위를 오갑니다. 도움이 되냐고요? 글쎄요. 마찬가지로 그 어느것도 진실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결국 존실버가 주는 힌트랑 별반 다를 바 없죠. 능동적으로 수색 범위를 좁혀가며 정답에 근접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합니다.

이 게임에서 정답 후보를 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플레이어들이 수색한 구역 뿐. 정답의 범위를 좁히기 위해서 게임 내내 계속 반복하게 될 수색의 흔적 뿐입니다. 네, 맞아요. 이 게임에서 확실한 정보는 삽질. 그것 밖에 없습니다.


(모임 사진)

물론 존실버가 여러가지 형태의 버프와 힌트를 주기 때문에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리는 경우는 없습니다만 장기전이 되어갈 수록 플레이어들이 지쳐가는 현상이 눈에 띄게 드러납니다. 플레이어들은 묵묵히 삽질을 계속 하지만 아무리 수색해도 나오지 않는 보물에 짜증을 느끼고 맙니다. 보물이고 뭐고 당장 게임을 접고 싶은 충동을 느끼죠.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여러 종류의 힌트로 인해 재미난 상황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힌트만으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건 꽤 어려워요. 비슷한 특징을 가진 지역이 여기저기 많기 때문이죠. 특히 아차. 하고 놓친 구역이 하나라도 있다면… 게다가 하필 거기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면 플레이어들은 지옥같은 고통을 받습니다.

예상치 못한 운의 요소가 강한 것도 아쉬웠습니다. 별 생각없이 여기저기 들쑤시던 사람이 우연히 정답을 맞추고 모두가 벙찌는 일도 있고, 존실버가 날린 변화구 하나에 모든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 지옥 같은 영겁의 술래잡기를 하기도 하며, 사람들이 미처 체크하지 못하고 지나간 공간에 보물이 있어 모두가 답답해 하는 고통의 시간도 가질 수 있죠.

추리게임이라곤 하지만 추리의 중요도가 높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이렇게 놓치게 되면 굉장히 열받습니다 – 실화)

2. 마스터의 역량

일대다 구도의 게임은 대체적으로 게임마스터의 역량이 아주 중요합니다. 마스터가 테이블 위의 공기를 읽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면 게임은 높은 긴장감을 유지하죠. 반대로 마스터가 제대로 진행을 못하면 게임자체가 엉망진창이 됩니다. 그만큼 마스터는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보물섬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스터의 운영 숙련도가 꽤 중요해요.

마스터 역할을 맡는 존실버가 초반부터 최대한 적은 정보만을 제공하고 해적들이 보물을 찾지 못하도록 쓸모없는 힌트만 내며 극도로 수비적인 운영을 한다면 해적들은 지옥같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힌트가 힌트 같지 않고 범위를 좁혀가는 과정이 삽질 뿐이니 보물을 향해 다가간다는 즐거움을 느낄리가 없지요.

그렇다고 존실버가 눈치없이 힌트를 뻥뻥 던져주면 몇 라운드 지나지 않아 뜬금없이 한 해적이 정답을 찾아버리며 어? 하는 순간에 게임이 끝나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집니다.

결국 고삐를 쥐고 긴장감을 조절하는 타이밍을 존실버가 눈치껏 조절해야 하는데 이게 좀처럼 쉽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힌트를 퍼주고 싶어도 그러면 안되니까요. 존실버 본인도 게임에서 이기려면 힌트를 최대한 짜게 주어야 하거든요.

물론 게임에 익숙해지면 해적들이 존실버가 보물을 숨기는 성향, 힌트를 주는 방식, 거짓말을 하는 타이밍 등 여러가지 패턴을 알게 되면서 균형이 어느정도 맞춰지긴 합니다. 그러나 이런 류의 가벼운 추리게임은 꾸준히 즐기기보단 묵직한 게임을 즐기기 전에 가볍게 즐기는 에피타이저 역할을 맡다보니 이 수준까지 올라올 정도로 꾸준히 계속 즐길 일이 있을까요?

뭐… 마스터의 역량이 게임의 재미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보물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트레지디 루퍼, 화이트 채플, D&D 같은 마스터의 존재가 필요한 모든 게임의 공통적인 문제예요. 보물섬도 그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을 뿐이죠.

3. 불편한 도구들

상상과 현실은 언제나 다른가봅니다. 자, 콤파스, 나침반 같은 도구들은 게임 내내 굉장히 재미난 경험을 주고 게임에 박진감을 불어넣을 것 같지만 게임을 실제로 접해보면 생각보다 귀찮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 나침반. 이동경로를 그리기 위해 피규어를 치우고 & 그리고 & 다시 옮겨놓는 번거로움. 폭을 고정할 수 없어 절묘한 힘 조절로 완벽한 원을 그려야 하는 콤파스. 보드에 선을 긋는데 걸리적 거리는 개인 스크린. 도구 사용 도중 잘못 스치면 쉽사리 지워지고 손에 묻는 보드 위 마커들.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 될 수록 그만큼 잘 지워지고 마커끼리 서로 겹치며 마커 펜촉이 다른 색상으로 오염되는 등 부가적인 문제들도 생깁니다. 여기저기 도구가 오가다보니 정신산만한 것도 한 몫 하고요.

뛰어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반드시 뛰어난 재미로 이어지는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배웠네요.

전체적으로 꽤 실망했습니다. 좀 더 지능적인 수색. 플레이어간의 강한 인터액션(블러핑). 보물의 위치가 밝혀지는 순간 그동안 받은 모든 힌트 / 나눈 대화가 차르르르륵- 머리 속에서 짜맞춰지며 “아-! 거기구나!” 하고 탄성이 터져나오는 강렬한 경험을 원했어요. 그러나 게임 내내 받은 인상은 현실에서의 삽질을 게임 속에서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똥망겜이라고 부르기엔 테마가 원체 탄탄한데다 보드 위 이곳 저곳을 뒤지며 보물의 위치를 좁혀가는 과정이 꽤 재밌습니다. 특히 존실버가 주는 다양한 힌트도 꽤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고요. 그렇다고 올 한해를 대표할 수작이라고 부르기엔 게임이 가진 얕은 깊이와 단점들이 발목을 잡는군요. 만약 제가 유사한 테마의 보물찾기 장르 게임을 가지고 있었다면 (예를 들면 Cryptid) 보물섬을 하고나서 ‘구태어 필요하진 않은 게임이다’ 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제 콜렉션에는 보물섬을 대체 할 수 있는 게임이 없는데다 독특한 테마와 게임을 구현한 방식 때문에 한동안 콜렉션에서 빼진 않을 것 같네요.

기대는 높았으나 만족하진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즐기긴 하겠습니다만 기대치엔 못미쳤다는 아쉬움이 계속 남을 것 같습니다. 가장 재밌는건 보물이 걸릴까봐 조마조마하는 존실버 역할인 것 같아요.

블로그 :: http://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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