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너굴의 보드게임 리뷰

발매년도 : 2018년

게임 타입 : 롤 앤 라이츠 (Roll & Write)

플레이 타임 : 30분

플레이 인원 : 2-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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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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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롤 앤 라이츠 류의 게임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군요. 버스 노선을 만들자, 노흐말, 웰컴투, 간츠 숀 클레버 등등… 이것도 새로운 유행일까요?

오늘은 여러 롤 앤 라이츠 류의 게임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 – 간츠 숀 클레버(영문명: That’s pretty clever)를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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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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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츠 숀 클레버는 6개의 주사위를 가지고 진행하는 롤 앤 라이츠(Roll & Write) 게임입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매 라운드마다 한번씩 턴을 진행하며, 턴을 진행 중인 플레이어는 6개의 주사위를 굴린 뒤 주사위를 하나 골라 개인용지를 채웁니다. 나머지 주사위를 굴린 뒤 새로 하나를 골라 다시 개인용지를 채웁니다. 이렇게 3회 반복하고 나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남은 주사위 중 하나를 골라 자신의 개인용지를 채우게 됩니다.

간츠 숀 클레버는 재미난 규칙을 통해 턴을 진행중인 플레이어에게 압박을 가합니다. 주사위를 가져갈 때 자신이 가져온 것보다 낮은 주사위를 모두 은쟁반 위에 올려두어야 합니다. 이 주사위들은 해당 라운드에서 더 이상 쓸 수 없으며 다른 플레이어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지요. 이러한 규칙 때문에 무조건 높은 숫자의 주사위만 가져가는 전략은 먹히지 않아요.

간츠 숀 클레버엔 5가지(노랑, 파랑, 초록, 주황, 보라) 득점 방법이 존재하며, 각 득점 루트를 따라가기 위해선 해당 색상의 주사위를 이용해야 하며(단, 흰색 주사위는 아무 색상에 쓸 수 있습니다) 구역마다 방법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란색 영역은 빙고게임과 비슷합니다. 가로 줄/대각선 줄 완성시 추가 액션이 가능하고 세로 줄 완성시 득점을 할 수 있죠. 추가액션 vs 득점 사이에서의 고민이 재미난 구역입니다.

파란색 영역은 노란색과 비슷하지만 점수는 채운 갯수에 따라 지급하며 모든 줄이 특수 액션과 연관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다만 파란색 주사위와 흰색 주사위의 조합으로만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전부 채우기란 쉽지 않지요.

녹색 영역은 좌측부터 차례대로 채워나가는 직선형 공간이며 각 칸은 녹색 주사위의 최소값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많이 채울 수록 점수가 높지만 다른 영역에 비하면 다소 특수능력이 부족한 인상을 주지요.

주황색 영역도 좌측부터 차례대로 채워나가는 직선형 공간이지만 주사위 눈만큼 점수를 지급한다는 점과 때때로 주사위 눈 x2 / x3 만큼 점수를 준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보라색 영역 또한 좌측부터 차례대로 채워나가야 합니다. 보라색은 추가액션이 가득한 재미난 공간이지만 이전에 놓은 보라색 주사위보다 높은 수를 배치해야 한다는 점과 6이 되어야 다시 1부터 놓을 수 있다는 제약이 꽤나 머리 아프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추가 액션은 다른 색 영역을 공짜로 채워주거나, 재굴림 기회를 주거나, 사용한 주사위를 다시 한번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 다양한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가 액션은 라운드가 시작될 때마다 플레이어들에게 지급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효과를 잘 이용하여 적절히 주사위를 활용하고 콤보를 터뜨리며 고득점을 내는 것이 중요하지요.

게임이 끝나면 색상별로 점수를 지급 받습니다. 그리고 5가지 영역 중 가장 낮은 점수를 하나 골라 게임 도중 모은 여우의 갯수만큼 추가로 득점합니다. 예를 들어 5가지 항목 중 15점이 가장 낮은 점수였고 여우를 3개 모았다면 45점의 보너스 점수를 받게 되지요.

이 점수를 모두 합하여 가장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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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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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정도의 깊이를 원했구나

약 6~7년 전. 큐윅스라는 롤 앤 라이츠 게임이 시장에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턴을 진행중인 플레이어가 주사위를 굴리고 개인용지를 채워나갈 때 나머지 플레이어들도 주사위 중 하나의 조합을 골라 자신의 개인용지를 채워가는 게임이죠. 맞습니다. 간츠 숀 클레버와 상당히 유사한 턴 진행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예요.

큐윅스를 처음 접했을 때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주사위 게임이어서 싫었냐고요? 아니오. 주사위가 좋고 싫고를 떠나 주사위를 대여섯개 굴려도 선택지가 상당히 뻔한데다 전략이라고 할 것도 딱히 없었기 때문입니다. 재미난 흐름은 좋았으나 깊이가 모자라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리뷰를 썼을 때도 댓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게임이다’ 라는 피드백을 받고 몇차례 더 해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그냥 저랑 안맞는 게임이라고 결론을 지었죠. (웃기는 일이지만 그렇게 혹평하고도 아직 소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용지까지 다 썼는데도 말예요.)

간츠 숀 클레버를 처음 해보았을 때 큐윅스보다 좀 더 나은 게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묘한 중독성이 생기더군요. 게임 여기저기에 고민거리가 심어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민은 주사위를 굴린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높은 주사위를 가지고 싶지만 낮은 주사위가 모조리 제거되니까 그건 싫고. 그렇다고 낮은 주사위를 가져가자니 점수가 낮아져서 싫고. 재굴림 하자니 그렇게 나쁜 눈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안쓰자니 눈이 아쉽긴 하고.

이런 고민를 끝내고 나면 무엇에 투자를 해야하는가 하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우직하게 점수를 따는 루트로 갈 것인가? 추가액션을 챙겨가며 이곳저곳 동시에 공략할 것인가? 그렇다면 어느 쪽에 무게를 실어야 하는가? 정말 고통의 연속이예요. 그렇다고 매번 내리는 결정이 매번 만족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선택지가 상당히 많다보니 게임을 돌아봤을 때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자주 들거든요.

제가 큐윅스에서 찾고 있었던게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고뇌, 고심, 갈등. 매 턴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쓴 맛을 남기는 아쉬움이 도전욕구를 가지게 만듭니다. 간츠 숀 클레버의 그런 점이 아주 좋아요.

2. 지금까지 이런 롤 앤 라이츠는 없었다. 이것은 주사위 게임인가 테크트리 게임인가.

지금까지 큐윅스, 큐윈토, 롤 쓰루 디 에이지스, 노흐 말! 등 여러가지 롤 앤 라이츠를 즐겼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곤 했어요. 점수를 득점하는 방식이 대체로 직선적인데다 롤 앤 라이츠 류 게임엔 인터액션이 부족하다는 단점 때문에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 남들보다 먼저 완성해야 하는 레이스 요소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긴장감을 살리는 대신 대부분 비슷하게 느껴지는 단점이 되었죠.

그런데 간츠 숀 클레버는 이러한 틀을 벗어나 테크트리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말하는 테크트리란 점수를 따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 즉 콤보라 생각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간츠 숀 클레버에서 5가지 색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습니다.

예를 들어 녹색루트를 살펴볼까요. 점수를 가장 쉽게 내는 방법은 꾸준히 녹색/흰색 주사위를 고르며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입니다. 간단하죠. 그러나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녹색주사위에 조금 덜 투자하고 대신 노란색 / 파란색 / 보라색 영역에 조금씩 투자하며 초록색을 채우는 추가액션을 확보하면 되죠. 그럼 다른 색상을 공략함과 동시에 녹색 루트도 공략할 수 있으니 훨씬 효율적이죠.

이러한 점은 노란색 / 파란색 / 보란색 / 주황색 루트 모두 마찬가지 입니다. 다른 색상을 시기적절(주사위 타이밍, 콤보의 타이밍 등등)하게 적극 활용하면 효율이 극대화 되지요.

지금까지 해온 롤 앤 라이츠 게임이 단순히 ‘누가 더 빠른가’를 두고 경쟁하는 게임이었다면 간츠 숀 클레버는 ‘누가 더 효율적으로 점수를 뽑아낼 수 있는가’ 하는 테크트리(콤보) 싸움입니다. 각을 재고 있다가 주사위 하나 가지고 이것 저것 순차적으로 콤보를 터뜨리며 용지를 채워가는 플레이어들을 보면 입이 떡 벌어져요. 게다가 그 콤보의 형태가 상당히 다양해서 파고드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요소를 좋아하는 제겐 간츠 숀 클레버가 먹힐 수 밖에 없지요.

3. 간편한 휴대성. 솔로도 괜찮아.

휴대성은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것이 시간낭비일 정도로 뛰어납니다. 주사위, 개인시트, 연필과 지우개만 있으면 할 수 있으니까요. 개인시트도 꽤 작은 편이라 서너차례 접으면 지갑에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부피가 작아요. 박스 내에 주사위를 올려놓기 위한 은쟁반 일러스트가 있지만 게임에 영향을 주진 않기 때문에 상관 없습니다. 휴대성은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네요.

솔로 플레이도 꽤 괜찮습니다. 저는 보드게임을 혼자서 즐기지 않는 편입니다. 하다못해 게임을 익히기 위해 혼자 펼쳐놓고 이것저것 해볼 법도 한데 그조차 잘 안해요. 솔플용 규칙을 따로 보기도 번거로운데다 세팅도 귀찮아 하거든요. 이러한 성향 때문에 아무리 솔플이 뛰어난 게임에도 큰 호응을 보이지 않는 편인데, 간츠 숀 클레버는 솔플 vs 다인플 규칙이 상당히 유사해서 별도의 습득이 필요 없는데다 세팅도 쉽고 게임 시간도 짧아서 혼자서 짬짬히 하기에도 상당히 좋았어요.

그럼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1. 다인원에 적합한가?

이것은 다소 플레이어간에 차이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저는 3~4인플시 게임이 다소 늘어진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차례때마다 저 또한 개인용지에 기록할 기회가 주어지다보니, 연필을 놓고 멍 때리는 일은 없어요.

다른 사람이 굴리는 주사위를 보며 “아! 저건 내가 필요한건데!” 하고 아쉬워 한다던가 “아니 왜 쓸데없는 것만 은쟁반으로 보내냐고” 하며 궁시렁 대는 등 할거리(?)가 은근히 있죠. 하지만 2인플에 비해 확실히 턴이 돌아오는 속도가 느려요. 각 플레이어마다 3회까지 액션을 취하는데다 워낙 선택지가 많다보니 주사위를 고르는 과정이 제법 길어서 시원시원한 진행이 어렵더군요. 그나마 장고가 심한 게임은 아닌게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별로라고 투덜거리던 큐윅스가 살짝 그리울 정도였습니다. 그 게임은 각 플레이어마다 1번만 굴릴 수 있으며 나온 눈을 가지고 각자 기록하다보니 진행 하나만큼은 상당히 빨랐거든요.

느긋하게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를 감상하길 좋아한다면 괜찮겠습니다만 능동적으로 게임을 끌어가길 원하는 플레이어들은 체감 대기시간이 제법 길게 느껴질거예요.

2. 시스템에 스탯 올인

대부분의 롤 앤 라이츠 게임이 그렇지만 간츠 숀 클레버도 테마가 굉장히 약합니다. 아뇨. 정확히 말하면 테마가 없습니다.

이렇게 테마가 없는 게임은 순수하게 시스템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강한 중독성을 불러 일으키지만(루미큐브가 대표적이죠) 반대로 시스템에 몰입할 수 없다면 그냥 기계적으로 진행하는 건조한 게임이 되고 맙니다.

리만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영혼을 불태우고 인생을 바치는 수학자들을 보며 우리가 “어…이게 그렇게 중요해? 그냥 복잡한 낙서 같은데;;”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콤보를 쥐어짜내는 플레이어들을 보며 ‘이게 그렇게 재밌는건가’ 하는 당황 & 혼란을 느낍니다. 뭔가 재밌게 해보려고 하지만 잘 안돼요. 종이에 끄적끄적 X를 그려가며 점수를 쥐어 짜내는게 왜 재밌는지 와닿지 않으니까요.

시스템을 즐기지 않는 부류라면 간츠 숀 클레버를 피하세요. “아우씨!!”, “아 왜 이런 숫자가 나왔냐고!”, “아싸 대박이다~” 라고 외치는 사람들 속에서 홀로 다차원에 갇힌 사람 마냥 삼선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겁니다.

삼선 표정이 뭐냐고요? 이거요.    ㅡ_ㅡ

< 온라인에서도 즐길 수 있습니다 : http://m.brettspielwelt.de/ganzschoenclever/ >

최근 노흐말, 웰컴투, 간츠 숀 클레버 같은 여러가지 롤 앤 라이츠 류의 게임을 접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기나긴 시간이었어요. 큐윅스에 실망한지 무려 6년이 지나고 나서야 제 기대치를 만족하는 롤앤라이츠 게임이 연타석으로 나오다니…

AVGN 이라는 게이머가 어린 시절을 쓰레기 같은 게임으로 보내다 성인이 되고나서 PS/XBOX 같은 콘솔로 3D 고질라 게임을 즐기난 뒤 피눈물을 흘리며 외친 명언 – “젠장, 나는 너무 일찍 태어났어-!!!” – 이 생각나네요.

…젠장.

저는 롤앤라이츠 게임을 너무 일찍 접했습니다.

왜 그땐 이런 롤앤라이츠 게임이 없었죠?

블로그 :: http://www.raccoonca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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