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너굴의 보드게임 리뷰

발매년도 : 2018년

게임 타입 : 엔진빌딩

플레이 타임 : 40-50분

플레이 인원 : 2-4인

=====

시작하며

=====

다른 사람이 소유한 게임을 리뷰하는건 꽤 어려운 일입니다. 원하는만큼 게임을 해봐야 감상을 전달할 수 있는데… 그게 좀처럼 되질 않거든요.

어쨌든 기즈모 리뷰 시작합니다.

 

=====

진행

=====

기즈모는 매 턴마다 4개의 행동 중 하나를 골라서 진행합니다. 그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집 – 바닥에 깔린 기즈모(카드) 중 한 장을 골라 보관합니다.
2. 획득 – 구슬 통에서 배출된 6개의 구슬(에너지) 중 하나를 가져와 보관합니다.
3. 제작 – 바닥에 깔린 기즈모나 이전에 보관해둔 기즈모를 구슬을 내고 설치합니다.
4. 연구 – 기즈모 더미를 3장 살펴봅니다. 그 중 1장을 골라 보관하거나 비용을 내고 설치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 진행될 수록 기즈모가 쌓이기 시작하는데, 각 기즈모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슬/기즈모의 보관량을 늘리거나, 구슬의 색상/갯수를 바꿀 수 있거나, 연구시 더 많은 카드를 볼 수 있는 등 패시브 능력이 존재합니다. 또한 기즈모를 보관할 때 / 구슬을 가져올 때 / 기즈모를 제작할 때 발생하는 추가 액션 또한 존재합니다.

즉, 기즈모를 수집하고 -> 배출 된 구슬 중 하나를 가져가고 -> 해당 효과로 인해 뒤에서 구슬을 가져오고 -> 가져온 구슬로 인해 무언가를 하는 등 연쇄작용이 발생하죠.

이렇게 효율적인 엔진을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기즈모가 16장 이상이 되거나 누군가 4장의 3레벨 기즈모를 설치하면 게임이 끝납니다.

자신의 기즈모 점수 총합과 게임 도중 벌어들인 승점을 모두 합쳐 비교하여 승자를 가리지요 🙂

=====

감상

=====

1. 기믹인듯 기믹 아닌 너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기즈모 특유의 화려한 콤포넌트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 없겠죠?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구슬 뽑기 기계에 대해서 이야기 해봅시다.

영어에 기믹(Gimmick)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사전에 따르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를 뜻하지요. 보드게임 세계에서도 기믹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입니다. 게임의 테마를 상징하는 멋진 콤포넌트. 게임의 원할한 진행을 돕는 기발한 콤포넌트. 보드게임과 함께 놓이면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화려한 장식. 이런 것이 모두 기믹입니다.

그런데 실사용례를 보면 기믹이라는 표현이 꽤 부정적인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와!’ 하는 감탄사 이상의 무엇인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무언가. 눈요깃거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어떤 것을 가리킬 때 사용하곤 하지요.

저는 이러한 기믹을 꽤나 싫어하는 편입니다. 테마가 살아난다는 장점말곤 불필요한 비용 상승이나 불편한 보관법 등 부수적인 단점이 더 많다고 느끼거든요.

처음 기즈모의 구슬 뽑기 기계를 보았을 때 “정말로 저런 화려한 덩어리가 필요한가? 그냥 주머니에서 뽑아도 되잖아.”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해보니 보드게이머들의 눈요깃거리 역할을 맡는 얼굴 마담일 뿐만 아니라, 자동으로 구슬을 배치해줌과 동시에 간편하게 뒤로 손을 집어넣어 구슬을 골라오는 등 기능적으로도 뛰어나더군요.

아주 잘 만든 콤포넌트예요. 다만 구슬이 배출되는 부분을 좀 더 깊고 탄탄하게 만들어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살짝만 잘못 건드리면 다음 구슬이 주르륵 밀려나오더군요.

2. 풍부한 양의 전략적 선택지

엔진의 종류가 다양할 수록 엔진빌딩 게임의 깊이와 재미는 깊어집니다. 초반엔 서로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플레이어마다 특정 분야에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여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며 서로 다른 엔진이 경쟁하는 과정은 굉장히 재밌지요.

게임이 끝났을 때 서로 다른 엔진을 보는 신기함, 내 엔진에 대한 만족감, 게임 도중 느낀 경쟁심, 우수한 엔진으로 따낸 승리 같은 여러가지 보상들이 사람들을 중독시킵니다. 대표적인 예로 테라포밍마스 같은 게임이 있지요.

그런 점에 있어 기즈모도 엔진빌딩이란 이름에 걸맞는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파일과 구슬의 보유량을 넉넉히 늘려가며 물량으로 승부하거나, 구슬의 색상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하여 구슬의 선택폭을 넓히거나, 구슬을 가져오는 행동을 강화하여 더욱 효율적인 운영을 하거나, 기즈모를 만드는 행동을 강화하여 승점을 쓸어담거나 등 여러가지 접근법이 있죠. 게다가 특정 색상에 온힘을 기울여 한방을 노리거나 다양한 색상에 힘을 고루 분포시켜 어느 상황에서도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게임을 끌어갈 수도 있지요.

말로 들으면 굉장히 복잡하고 심도있게 들리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최대 16장 남짓한 기즈모 게임을 운영하기 때문에 엔진의 깊이는 생각보다 얕거든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죠.

이렇게 적은 장수의 카드로 무슨 엔진을 만들어? 싶겠지만, 다음에 언급될 기즈모의 장점이 기즈모를 엔진빌딩 게임답게 만들어 줍니다.

3. 톡톡 튀는 콤보

기즈모엔 4가지 행동이 존재하며 각 행동은 어떤 기즈모를 보유중이냐에 따라 독특한 추가효과를 가져옵니다. 특정 색의 구슬을 가져오면 구슬을 추가로 가져온다거나 특정 기즈모를 만들면 또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는 등 액션이 액션을 낳는 콤보를 만들어 냅니다. 16장의 카드에서 엔진빌딩의 향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연속된 추가 행동 때문입니다.

스플렌더가 1턴 1액션이라는 건조하고 간결한 흐름으로 진행된다면 기즈모는 이리저리 통통 튀어다니며 액션과 액션 사이를 누비고 다닙니다. “이 행동 했으니까 이거 하고. 이 행동 때문에 저것도 하고. 저것 했으니까 이거 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나서 “끝!” 하고 외치며 턴을 넘기고 날 때 느껴지는 ‘무언가 했다’는 충만함이 상당히 기분 좋아요.

전반적인 콤보의 길이가 과하지 않은 점도 좋습니다. 콤보가 무한히 이어지면 다른 플레이어들이 금방 지루함을 느낄텐데 기즈모엔 그런 것이 없어요. 디자이너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워낙 이것저것 챙겨야 하다보니 옆에서 ‘이것도 할 수 있어’ / ‘저건 했어?’ 라며 챙겨주는(?) 훈훈함도 나오거든요.

기즈모가 부족하여 콤보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초반과 무엇을 해도 이것저것 터지는 후반의 재미의 온도 차이가 다소 큰 점은 아쉬울 수 있겠으나, 게임에 안겨주는 콤보가 상당히 다양한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후반으로 향하는 과정이 재밌습니다.

자- 그럼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1. 자잘한 액션들

이것저것 챙기는 것에 능숙한 사람들이라면 숨 쉬듯 콤보를 처리하고 턴을 진행하겠지만 이런 것에 서투른 사람들은 다시 산만하고 정신없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게임에 익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 점이 다행이예요.

위에서 언급하였듯 16장의 카드 제한 때문에 콤보의 길이가 평균적으로 짧은데다 자연스럽게 주변 플레이어들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자신이 엔진을 만들어 놓고 제대로 돌리지 못하며 미아가 되는 일은 없거든요.

2. 운의 요소

의외로 운의 요소가 상당히 있습니다. 카드를 말하냐고요? 아니요.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자원. 구슬을 말합니다. 구슬을 뒤에서 뽑아오는 과정이 자주 벌어지는데 이것을 부수적인 수입 정도로 생각하면 모를까 여기에 모든 것을 거는 플레이를 하면 운의 지독한 장난을 느낄 수 있어요.

스플렌더가 최소한 자원만큼은 확실하게 챙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 기즈모는 자비가 없습니다. 원하는 구슬이 배출되지 않은 상태라면 통에서 직접 뽑아야 하는데, 운의 장난인지 뽑고 싶어도 뽑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바닥에 단 하나의 빨간 구슬도 없기에 확률을 믿고 뒤에서 열심히 뽑았건만, 그 많은 빨간 구슬을 제치고 검은색만 6번을 뽑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있었어요. 당연히 라운드 내내 뭔가 제대로 할 수 없었지요.

게임의 깊이가 얕은 만큼 이 정도야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자원을 관리하는데 있어 스플렌더나 테라포밍마스 만큼의 통제는 불가능 하다는 점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참고로 저 사단(…)이 여러번 났기 때문에 전 다 포기하고 구슬을 다른 색상으로 바꾸는 기즈모를 우선적으로 확보한 뒤 원하는 엔진을 짓는 스타일으로 게임을 즐깁니다.

3. 선의 유리함

카드와 구슬의 무작위성이 선의 유리함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합니다만… 지금까지 마지막 플레이어로서만 게임을 즐겨본 결과 선이 유리하다고 느낀 적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앞사람들이 원하는 카드 / 구슬을 다 가져가고 나면 뒷사람들은 정말로 할게 없거든요.

게다가 앞사람들이 어떠한 이유로 꼴찌를 견제하기 시작하면 카드 없음 / 구슬 없음 / 리서치 해도 원하는게 없음 이라는 지옥의 3콤보를 맞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드디어 숨통이 트인다고 느낄 쯤에 게임이 끝나기도 했어요.

선 플레이어를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원이 많을수록 곱절의 노력이 필요할 거예요.

처음 기즈모를 보았을 때 ‘스플렌더가 있는데 구태여 이 게임을 사야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중고급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스플렌더가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이지만, 초보들에겐 의외로 잘 먹히는 구석이 있어 입문자용 엔진빌딩 게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거든요.

기즈모를 여러번 즐긴 지금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스플렌더와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게임인 것 같아요.

어느 쪽이 더 나은가? 하는 비교는 어렵군요. 톡톡 튀는 발랄한 기즈모도 상당히 재밌지만 칼날을 벼르듯 군더더기 없는 수를 두지 않도록 한수 한수 차분하게 진행하는 스플렌더의 재미도 그에 못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에 둘 다 소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성향을 고려하세요. 쾌활한 분위기와 여기저기에서 액션이 마구 터지는 산뜻한 게임을 좋아한다면 기즈모를. 운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엔진의 효율 싸움에 집중하고 싶다면 스플렌더를 고르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P.S. :: 다른 초보자들은 세심하게 챙겨주면서…  게임 할 때마다 마지막 자리에 앉아 온갖 견제 다 당하며 카드도 못먹고 구슬도 못먹고 연구도 못하느라 지옥과도 같은 영겁의 시간을 보내던 제겐 해바라기와 같은 미소로 쌍따봉을 날리며 “역시 잘하시네요! ^^b 역시 리뷰어!” 라며 말도 안되는 헛소리로 영혼없는 격려와 함께 게임을 가르쳐 준 동료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블로그 :: http://raccooncave.com

About the Author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