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굴너굴의 보드게임 리뷰

  •  보드게임 정보

발매년도 : 2014년

게임 타입 : 블러핑, 마피아, 추리

플레이 타임 : 20분

플레이 인원 : 4-12인

 

시작하며

 

제 회사는 정말 자주 돌아가는 3대 보드게임이 있습니다.

1. 쿠

2. 글룸헤이븐

3. 디셉션 : 홍콩살인사건 (이하 디셉션) 인데요.

동료들이 매일 같이 하는걸 보며 그렇게 재미난 게임인가- 하며 호기심을 가지던 차에 때마침 시작된 펀딩에 발을 들였습니다. 펀딩이 끝난건 오래전인데 동생의 도움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드디어 입수할 수 있었네요.

그럼 디셉션 리뷰 시작합니다!

 

규칙

 

 

디셉션은 홍콩의 수사관이 되어 법의학자의 도움을 통해 범죄현장에 남은 단서에서 흉기와 증거를 확보하여 범인을 살인죄로 구속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마피아 + 추리 게임입니다.

게임 시작 전 인원에 따라 살인자 1, 법의학자 1, 나머지 인원 수만큼의 수사관 카드를 준비하여 무작위로 섞어 배지토큰, 증거 4장, 수단카드 4장과 함께 역할을 1장씩 나누어 줍니다.

법의학자를 받은 플레이어는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고 자신의 앞에 놓인 배지토큰과 단서&증거 카드를 모두 버립니다. 이 법의학자는 앞으로 진행자로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제 흉기와 증거를 고르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법의학자를 제외한 모두가 눈을 감은 뒤 살인자는 조용히 눈을 떠서 두 개의 카드를 고릅니다. 이 조합이 수사관들이 찾아야 하는 정답이 됩니다.

이제 법의학자는 사망의 이유를 나타내는 사인 타일과 무작위 장소타일 1개. 나머지 힌트 타일 4개를 무작위로 골라 자신의 앞에 깔아놓습니다.

 

 

 

이제 법의학자는 총탈 마커를 힌트 타일에 하나씩 올리며 수사관들에게 정답에 대한 힌트를 전달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들은 자유롭게 정답에 대해 추리 할 수 있습니다.

여섯번째 마커가 놓이면 1라운드가 종료되며 각 수사관들은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시간을 가집니다.

 

 

 

2라운드에는 새로운 힌트 타일을 하나 뽑아 기존에 사용된 힌트 타일(사건 장소와 사인은 제외) 하나를 교체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힌트를 줍니다. 수사관들은 다시 한번 토론을 하고 의견을 발표할 기회를 가집니다.

3라운드도 2라운드와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수사관들은 3라운드가 끝나기 전까지 자신의 배지토큰을 사용하여 정답을 추리해야 합니다. 정답을 맞추면 수사관 팀이 승리하며 실패할 경우 더 이상 추리의 기회를 얻을 수 없습니다.

모든 수사관들이 추리에 실패하거나 게임이 끝날때까지 정답을 맞추지 못하면 살인자가 승리합니다.

* 목격자 / 공범자 역할을 섞어서 하게 되면 게임에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 이벤트 타일을 사용하여 게임에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 플레이어들의 실력에 따라 더 많은 / 더 적은 단서 카드를 사용하여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감상

 

참으로 간단한 게임인데 묘하게 설명할 것이 많았네요. 감상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1. 부담스럽지 않은 블러핑

 

소셜 디덕션. 마피아 게임이라고도 불리는 이 장르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편입니다. 천역덕스러운 거짓말, 능청스러운 표정, 논리의 헛점을 파고드는 날카로움, 시선을 분산시키는 교란 작전 등 다양한 기교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개개인의 역량이 큰 영향을 끼칩니다.

거짓말에 능숙한 플레이어들은 비슷한 수준의 플레이어들이나 게임을 잘 모르는 어린 양들을 잡아먹는 포식자가 되어 재미를 느낍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장르에 취약한 플레이어들은 늑대들 사이에서 살벌하게 치이며 압박감 & 부담을 느낍니다. 물론 경험을 통해 어린 양이 각성하며(!) 포식자가 되는 일도 간혹 있습니다만… 게임 자체를 기피하는 불운한 결말이 대부분입니다.

디셉션도 마피아 vs 일반인의 구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럼 당연히 위와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겠죠?

그런데 디셉션을 해보면 전혀 다른 인상을 받습니다. 마피아 게임인데 마피아 게임이 아니예요. 디셉션이 가진 독특한 승리조건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마피아 게임은 자기변호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마피아는 누구인가?”가 핵심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손가락질과 의심이 빗발치기 마련입니다. 나에게 쏟아지는 의심과 의혹을 걷어내고 논리와 근거를 통해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과정이 필연적이죠. 이 과정에서 강한 스트레스와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디셉션은 그렇지 않습니다. 살인자를 찾든 말든 흉기와 단서를 찾아내야만 승리할 수 있다보니 플레이어들의 이목은 ‘누구’가 아닌 ‘무엇’에 집중되죠. 다들 소거법을 통해 정답을 찾아내는데 혈안이 되다보니 누군가를 의심하고 몰아가는데 시간을 덜 쓰며, 살인자가 된 초보자도 비교적 덜한 압박 속에서 같이 추리하는 척, 그럴싸한 헛소리만 늘어놓으면 되기에 블러핑이 굉장히 쉬운 축에 속합니다.

디셉션은 마피아 장르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방해꾼을 하나 끼운 퍼즐/추리게임에 가깝다고 보아도 됩니다. 레지스탕스 시리즈, 쿠, 노팅햄의 보안관 등 밀도 높은 마피아 & 블러핑 류 게임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라면 디셉션을 해보세요. 한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재미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2. 추리와 스토리텔링 그 사이에서

디셉션을 즐기는 방법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각한 얼굴로 법의학자의 힌트를 분석하고 소거법을 이용하며 정답을 추리해가는 논리적 접근. 힌트를 보고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흉기와 증거를 가리키며 어떻게 살인사건이 벌어졌는지 상상력을 덧대는 스토리텔링적 접근이죠. 어느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어도 괜찮은 재미를 보장하지만 게임을 가장 재밌게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을 적절히 섞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법의학자가 준 장소는 방.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힌트를 주었다고 해봅시다.

“답은 속옷과 칼 아닐까? 그 외에 좋은 정답 있어? 이의 없으면 난 이것으로 찍을래” 라며 순수하게 논리로만 진상에 다가가도 충분히 재밌지만 다음과 같은 이야기꾼이 끼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집니다.

플레이어 A : “우앜-!!! 답을 알았다! 답은 속옷과 칼이네. 살인범은 분명히 남자야.”
플레이어들 : “왜?”

플레이어 A  : “자, 어느 대낮에 이 살인자가 어느 여성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옷장을 막 뒤진거야. 그런 류의 범죄가 흔하잖아?”
플레이어들 : “아, 옷장 안에 있는 통장이나 패물 같은거 훔치려고?”

플레이어 A : “속옷을 머리에 뒤집어 쓰려고!”
플레이어들 : “????????”

플레이어 A : “도망갈 때를 위해 정체를 숨겨야지”
플레이어들 : “……”

플레이어 A : “그런데 금품을 찾는 와중에 집 주인이 갑자기 돌아온거야. 살인범은 놀라서 근처에 있던 칼로 찌른거지!”
플레이어들 : “…그럼 속옷이 왜 단서인데?”

플레이어 A : “쓰고 도망갔으니까 속옷 하나가 모자란거야.”
플레이어들 : “대낮에 그런걸 뒤집어 쓰고다니면 이상하지 않냐;;;”

이런 쌉소리(…)를 펼치며 당연하지 않냐는 말투로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가는 플레이어를 보면 게임의 재미는 배가 됩니다. 정말 관련없어 보이는 두 물건과 법의학자의 애매한 힌트를 엮어 예상치 못한 사건의 전말을 꾸며내는 수사관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웃겨요.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타일을 열어 볼 생각은 안하고 입만 털어대며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으면 이게 마피아 게임인지 아니면 그냥 입터는 파티게임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재밌습니다.

본인을 포함하여 주변 친구들이 어이없는 황당한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는 세치의 혀를 가지고 있다면 디셉션은 제대로 먹힐 확률이 높습니다.

 

 

3. 풍부한 양의 카드

일반적인 마피아 게임의 목적은 서로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이런 형태의 게임에 리플레이성을 불어넣으려면 다양한 형태의 인터액션이 나올 수 있도록 여러가지 역할을 추가하는게 보통이죠.

그런데 디셉션은 마피아 게임인데도 역할의 폭이 굉장히 좁습니다. 1명의 목격자, 1명의 공범자가 추가 역할의 전부예요. 이벤트 카드도 있습니다만 다른 게임에 비하면 너무나 단촐하죠.

그 대신 디셉션 박스 안에는 엄청난 양의 카드와 두툼한 힌트 타일이 한가득 들어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디셉션의 모든 것은 물품 카드와 추리 타일을 통해 이루어져요. 어떤 정답을 고르냐에 따라. 법의학자가 어떤 힌트를 주냐에 따라 살인자가 고른 정답이 쉽게 밝혀지기도 하고 끝까지 평범함 속에 몸을 숨기며 조사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처럼 디셉션에선 무엇이 정답이냐가 중요하기에, 정답의 조합이 다양하면 다양할 수록 게임이 풍부해집니다.

카드의 수가 적었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매번 비슷한 게임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을 겁니다. 특히 플레이어간의 인터액션이 강한 편이 아니라서 그 체감 속도는 더 빨랐을거예요.

콤포넌트의 양이 충분하기 때문에 일부러 카드를 더 추가하여 게임의 난이도를 높히거나 & 힌트 타일을 수차례 바꾸게 허용함으로써 법의학자가 좀 더 편하게 힌트를 줄 수 있는 등 자체적으로 난이도 조절이 가능한 점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구태여 확장이나 프로모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박스 내에 담긴 내용물이 후합니다. 가성비가 상당히 좋아요.

 

 

하지만 디셉셥을 즐기며 느꼈던 몇 가지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해봅시다.

 

 

1. 생각보다 심한 괴리감

추리/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느끼는 것인진 모르겠습니다만… 정답이 공개 되었을 때 이질감이 드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정답을 맞췄는가와는 별도로 살인범, 법의학자, 수사관들의 정답 선택 이유가 전부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아요. 게임은 ‘무엇’에 집중하고 있을 뿐 동기나 과정에 대해서는 플레이어의 상상력에 모든 것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추리/스릴러 장르는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가지 정황과 증거가 가진 연결고리가 드러나며 하나의 진상에 도달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심코 흘려보낸 것이 나중에 중요한 복선으로 밝혀지거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반전이 일어나는 등 정신없이 몰아치다 최종장에선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며 모든 것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 그 순간이 정말 중독성 강한데…

디셉션에는 사건의 전말이란 핵심 축이 없다보니 대화/힌트/추리/정답 모든 것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어요. 수사관이 되어 사건을 상상하며 문제를 풀었건만 법의학자는 전혀 반대의 입장에서 사건을 상상하며 힌트를 주었다면? 그리고 살인자가 물건을 고른 이유를 들어보니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사건을 저지른거라면? 아무리 흉기와 단서를 맞추어 봤자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더군요.

물론 사건을 담당하는 구성원 모두가 다른 사건을 상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무슨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건지 전혀 알지도 못한채 증거만으로 범인을 체포하고 추궁하니 진실을 자백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추리 장르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사건의 전말이 어쨌든간에 증거를 찾았으니 끝!” 이라는 마무리가 어설프게 다가오는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2. 다소 부족할 수 있는 블러핑 성취감

살인자가 되었을 때 어떠한 조합의 정답을 골랐는가? 하는 것은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날붙이가 하나 밖에 없는데 그걸 흉기로 골라버리면 출혈 같은 힌트 하나만으로 수사관들이 순식간에 정답을 알아내거든요. 그러니 다른 흉기와 단서들과 어느정도 공통점이 있는 카드를 고르는게 현명한데…

정답을 너무 잘 고르면 게임 내내 아무것도 안해도 법의학자의 똥 같은(…) 힌트와 함께 수사관들이 자멸하는 과정을 보게 됩니다. 자멸이란게 어느 정도냐면, 떡밥 한번 던졌는데 수사관들이 “옳거니!” 하면서 제대로 물어버리면 게임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해요. 수사관들이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한 게임 내내 앵무새처럼 “나도 같은 생각이야” / “그런가?” 이 한마디만 해도 게임에서 이길 수가 있거든요.

사실상 이 떡밥을 던지고 물도록 유도하는 것이 블러핑의 전부이다보니 쿠, 노팅햄의 보안관, 시타델, 레지스탕스, 원나잇 웨어울프에서처럼 압박감과 혼란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남을 찌르는 공격적인 블러핑을 즐기시는 분들은 디셉션에서의 성취감이 상당히 약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블러핑 요소를 줄이고 추리의 요소를 강하게 부각시킨 독특한 장르의 게임입니다. 적은 수의 인원에선 추리 측면이 강하게 드러나고 다수의 인원에선 파티 측면이 부각되는 독특함도 있어요. 마피아 장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 혹은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없이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파티 게임입니다. 실제로 룰북에서도 ‘다른 사람의 발표를 막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각자의 발언권을 보장해주기도 하고요.

다만 안그래도 호불호를 타는 마피아 장르인데 거기에 스토리텔링 요소까지 들어간터라 더더욱 사람을 타는 게임이 된 것 같습니다. 분위기를 잘 띄우고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는 사람들끼리 모여 하면 이만한 파티게임도 없지만, 반대로 게임에 몰입하지 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마피아 게임으로 추락할 위험이 높습니다.

단점으로는 생각보다 큰 괴리감과 부족한 성취감을 예로 들었습니다만 그 외에도 자잘한 단점을 느꼈습니다. 법의학자의 기량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가 널뛰기 하듯 바뀌는 점. 법의학자가 뽑는 타일에 따라 아무런 도움이 못되는 경우도 있단 점. 각 라운드가 상당히 자유로운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라운드의 시작과 끝 타이밍이 애매하다는 점 등 소소한 문제점들이 있지만, 게임의 재미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진 않았어요. (법의학자가 설명을 제대로 못하면 게임이 심하게 꼬이는 경우가 있지만 다 같이 한마음으로 법의학자를 깔 수 있어서 나름 재밌습니다).

솔직히 말해 기존에 나온 마피아 / 블러핑 게임을 모조리 제껴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재미를 느끼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디셉션이 가진 독특한 성질은 미스테리움이란 유사한 게임을 제외하곤 다른 게임에선 찾아 보기 힘든거라 꽤 오랜시간 소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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